몸무게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온 내가 갑작스럽게 위기감을 느낀 것은 금년 초에 문득 내 몸이 좀 둔해졌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맛있는 음식으로 넘쳐나는 전주로 사역지로 옮기고 난 후, 몸이 불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너무 살이 쪘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그래서 저울 위로 올라가 보았다. 충격적인 몸무게였다. 그게 얼마였는지는 비밀.
위기감을 느낀 나는 그날로 자동차를 세워두고 걸어 다니기로 했다. 집에서 교회까지 거리는 약 1,200보 정도이다. 그렇게 나는 걸었다. 출근할 때, 1,200보. 다시 퇴근할 때 1,200보. 저녁 먹고 다시 교회로 1,200보, 한밤중에 다시 집으로 1,200보. 하루에 보통 4,800보를 걷는다. 그러기 시작한 지 벌써 몇 달이 되었는데, 얼굴의 턱선이 살아나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가 며칠 전 다시 저울에 올라가 보았다. 그랬더니 그때 쟀던 몸무게보다 8kg이 감량되어 있는 게 아닌가? 살을 빼는 대단한 무엇인가를 한 게 아니고, 그저 눈이오든 비가 오든 매일 조금씩 걷기만 했는데, 대략 하루에 25g 정도씩 감량하여 총 8kg 감량에 성공했다. 그리고 더 희망적인 것은 앞으로도 요요현상 없이 더 살이 빠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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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몸무게를 빼기 위해 식단을 조절해야 한다거나, 약을 먹어야 한다거나, 어떤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몸무게를 빼는 것인데, 그 방법이 “고행”이라는 게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방법들을 통해서 단기간에 감량에 성공하기는 하지만, 문제는 그런 방법을 끝까지 지속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비싼 약을 평생 먹을 수도 없고, 별로 맛이 없는 음식만 끝까지 먹을 수 없고, 자신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운동을 끝까지 계속할 수 없다. 그래서 얼마간의 감량 성공 후에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건 늘 실패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다.
무엇이든지 성공은 일상성 속에 있다. 매일의 삶 속에 녹아 들어갈 수 있는 방법만이 성공한다. 그래서 난 출근길을 걷기로 했다. 하루 만보를 채우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작은 걸음은 지속 가능한 방법이었다. 만일 매일 산책을 해야 한다고 했다면, 나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일 산책을 하는 시간을 내는 것은 은퇴한 자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만일 내가 매일 헬스클럽에 가야 한다고 했다면, 도중에 중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출근하는 길이니까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많은 양이 아니라 조금씩 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나는 작년부터 헬라어 강독을 유튜브로 진행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번 3절씩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속하는 것이다. 커다란 목표를 세웠다면, 벌써 중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하다 보니, 벌써 2년째 진행 중이고, 그 과정에서 얻는 유익은 말로 할 수 없다. 무리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종 갈망한다. 한방에 우리를 변화로 이끌 그런 부흥회는 없을까? 한방에 우리를 변화로 이끌 그런 봉사활동은 없을까? 우리 자녀들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어떤 대단한 프로그램이 어디 없을까? 사실 그때 빤짝할 뿐 또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신앙의 요요현상을 경험해왔으면서도 우리는 늘 한방을 기대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목사님, 어떤 대단한 무슨 프로그램이 없을까요?”
하지만 지속 가능한 작은 변화가 중요하다. 오늘의 작은 변화가 내일의 큰 변화를 이끌어낸다. 우리는 매 주일 드리는 예배 속에서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성경에 근거한 제대로 된 복음을 설교 시간에 전하는 변화를 주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참된 복음이 무엇인가를 배우게 되었다. 율법주의적인 신앙의 행태로부터 은혜에 기초한 신앙으로 변화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런 간증들을 들으면서, 나는 영적인 감량이 이미 우리 교회 안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때때로 느낀다. 우린 무엇인가 특별난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저 매주 건강한 영의 양식으로 바꾸어 먹일 뿐이다. 그런데 그 효과는 대단하다.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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