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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분노하는가?

– 이국진

틱낫한이란 베트남 출신의 승려가 쓴 [화]라는 책이 있다. 1 이 책은 한국에서만 백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에는 화(분노)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그런데, 틱낫한은 우리가 화를 내게 되는 원인 중의 하나로 우리가 화난 음식을 먹기 때문이라고 진단하였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자연 상태의 닭이 아니라, 닭장에 가두고 사육해서, ‘화와 좌절’을 품은 닭이 낳은 달걀을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화가 우리에게도 전달되어, 화를 많이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틱낫한은 행복한 닭이 낳은 행복한 달걀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그럴 듯한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마음속에 질문이 떠올랐다. “그러면, 조선 시대 사람들은 화를 내지 않았는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한 틱낫한의 설명이 어설프다. 성경은 우리가 화를 내는 이유를 잘못된 음식에서 찾지 않고, 우리의 죄성에서 찾는다. 우리는 죄성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다.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분노 속에 쾌감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죄는 죄책감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일종의 쾌감도 동반한다. 분노도 예외가 아니다. 마약이 우리에게 좋지 못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쾌감이 있기 때문에 빠져들듯이, 화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화를 내는 것은 화에는 마약과 같은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마약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듯, 화를 내는 것도 자신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으며, 인간관계를 파멸로 이끈다. 하지만 마약의 매력처럼, 화를 내는 그 순간만큼은 쾌감이 있다. 화를 내는 순간, 모든 세상이 내 중심으로 재편되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마치 마약을 하는 순간에 온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화를 내는 나는 가장 정의로운 사람이 된다. 지금까지 억압받고 무시되었던 나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매력이 화에게 있다. 비록 이러한 매력은 마약과 같이 신기루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옴에도 불구하고, 쉽게 끊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분노하는 순간에 우리의 죄가 감추어질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성내는 것은 내가 옳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가인이 하나님 앞에 잘못된 제사를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분노했다. 분노를 통해 가인은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모든 잘못은 타자(他者)에게만 있는 것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제사를 모두 받지 않는 하나님이 잘못이고, 아벨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여 가인의 옳음이 증명된 것은 아니다. 가인은 자신의 잘못을 화로 숨기고 있을 뿐이다. 분노로서 자신의 죄를 숨기는 것은 나뭇잎으로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추려 했던 아담과 하와의 노력처럼 허망할 뿐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마음속까지 꿰뚫어 보시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사람들도 화내는 사람이 옳다고 수긍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 화보다 좀 더 강도가 높은 분노를 표현함으로써, 자신이 더 옳다는 것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예수님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우리의 분노의 문제를 포함하여, 모든 죄의 문제를 주님 앞에서 해결 받아야만 한다. 죄의 문제를 해결 받아야 분노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만큼 악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죄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C.S. 루이스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변화는 나 자신의 직접적이고 의지적인 노력으로 결코 일으킬 수 없는 변화”라고 하였다. 2 그래서 우리는 십자가의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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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1. 틱낫한, [화-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명진 출판사, 2002).[]
  2. C.S. 루이스, [순전한 기독교] (홍성사, 2001), 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