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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치밀어 오를 때

– 이국진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분노로 표출하지 않으면, 꾹꾹 참아두면 화병이 생긴다고 한다. 이것은 정신의학에서도 인정된 이야기이다. 그래서 정신의학계에서 등록된 용어 중에, hwabyung(화병)이라는 것이 있다. 이 용어의 정의는 “분노의 억압으로 기인하는 한국인에게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다. 정신신체 의학 전문잡지(Psychosomatic Medicine)에 따르면, 4~50대 남녀 3682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조사한 결과, 부부 싸움을 할 때 침묵하는 여성의 경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여성에 비해, 사망 위험이 4배나 높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2007년에 유타 주립대학에서 발표한 것에 의하면, 화가 났을 때 그것을 말하지 않고 속으로 삭히는 아내는 표현하는 아내보다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런데 반면에 자신이 화난 것을 아내가 표현하는 경우, 남편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화를 발설하든 발설하지 않든, 결국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은 그 화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분노의 형식으로 표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감정을 표현하되, 분노의 형식으로 표현할 것이 아니다. 정신의학자들의 조언에 따르면, 분노가 생길 때, 고성이나 욕 같은 감정적인 대응을 하다간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로우면서도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쌓인 것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우자나 친구 등 그 누구에게 섭섭하거나 분노할 만한 일이 있을 때, 감정과 생각을 상대방에게 충분히 전달하면서도 험악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 대화의 기술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내가 분노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분노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는 우리 속담처럼, 내가 상대방의 분노를 자극하게 되면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와 나도 결국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연결되게 된다.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 (잠언 15:1)

하루는 어떤 여성이 퍼렇게 멍든 눈으로 목사님을 찾아와서 하소연하였다. 깜짝 놀란 목사님이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러자 그 여성은 울면서 남편이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자 목사님이 또 물었다. “남편이 때리기 전에, 자매님은 무슨 말을 했습니까?” 그러자 남편에게 너무 화가 나서,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래 잘났어. 그래도 사내라고. 당신이 해 준 게 뭐가 있어? 때려! 때려 봐! 아예 죽여!” 그 얘기를 듣고 난 목사님이 한마디 했다. “그래도 남편이 훌륭한 데가 있네요. 죽이라고 하는데 때리기만 했으니까요.”

상대방에게 유순하게 대답하면, 결국 나도 분노하지 않게 된다. 유순한 대답은 상대방을 누그러뜨리고, 누그러진 상대방을 보면서 나도 유순해질 수 있다. 말은 부메랑이다. 내가 한 만큼 나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 야곱은 화가 나서 죽이려고 달려오는 형 에서에게 유순한 말로 대답했다. “내 주께 은혜 받기를 원하나이다”(창세기 32:5). 아비가일은 다윗에게 유순하게 말을 하여 화가 나서 남편 나발을 죽이러 오던 다윗의 마음을 녹였다(삼상25: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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