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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야 할 것들: 분노와 말

– 이국진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다.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참아야 하고, 분노하고 싶을 때에도 참아야 하고, 용서하지 못할 상황에서도 참아야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할 때에도 참아야 한다. 그것이 사랑을 가진 사람이 나타내는 첫 번째 특징이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오래 참는다고 하는 첫 번째 정의는 8번째 정의인 “성내지 아니하며”라고 한 것과 괘를 같이한다. 분노하고 싶을 때에도, 오래 참고 용서해야 한다.

오래 참고 용서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누구나 용서란 아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C.S. 루이스의 말처럼, 정작 실제로 용서해야할 상황이 생기면, 용서라는 말만 꺼내도 화가 나서 으르렁 거리게 마련이다. 1

말도 참아야 한다. 참지 못하고 내뱉은 말은 사랑의 관계를 깬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랑의 관계를 깨는 말이 “사랑의 충고”라는 탈을 쓸 때가 많다. “내가 사랑하니까 하는 말인데…”로 시작하는 말은 실상 눈꼴사나워서 하는 말일 때가 많다.

애굽(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민족을 인도해낸 이스라엘의 영웅 모세가 구스(이디오피아)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을 때, 모세의 형제들이 모세에게 충고의 대열에 나섰다. 누나 미리암과 형 아론은 모세를 책망했다(민수기 12:1-2). 하지만 그들이 모세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시기심과 질투심 때문에 그랬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고할 필요가 있다면, 말을 지혜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대화의 기술을 연마하여, 신중하게 말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충고의 말은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그 이유는 충고들 받게 되는 자의 인격이 아직 덜 성숙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충고하는 자의 경우 마음만 앞섰을 뿐, 그 충고를 전달하기 위한 진지한 고려가 없기 때문이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 새긴 은쟁반에 금 사과이지만(잠언 25:11), 경우에 합당하지 않는 말은 독이 든 사과이다. 백설공주를 죽였던 독이 든 사과는 보기에 아름답고 맛있어 보였던 것처럼, 경우에 합당하지 않은 말도 항상 “충고”나 “애정이 담긴 말”로 위장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격려하는 말, 인정하는 말, 위로하는 말을 해야 한다. 비난하고 무시하는 말을 하지 않도록 입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어주는 것이다(베드로 전서 4:8). 남편의 잘못에 대해서, 아내의 잘못에 대해서, 서로 참고 허물을 덮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술에 취하여 하체를 드러낸 채 잠을 잤던 노아에게 뒷걸음치며 다가가, 그 하체를 가려주었던 두 아들 셈과 야벳처럼(창세기 9:23), 서로 허물을 덮어주는 것이 사랑이다. 잘못을 보면, 분노하고 지적하기 보다는, 허물을 덮으며 참는 것이 사랑이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가 걷다가 넘어지면, 부모는 책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격려하며 기다려 준다. 이것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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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S. 루이스, [순전한 기독교] (홍성사, 2001),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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