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섞여 있는 시대

– 이국진

세상 끝이 되면 악인이 심판을 받게 된다는 말은 지금 이 시대에는 의인과 악인이 함께 섞여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해변으로 나아와 그물에 잡힌 물고기들을 펼쳐놓고 분류작업을 하기 전에는 좋은 물고기와 좋지 않은 물고기가 함께 섞여 있다. 아직 세상 끝이 아니기 때문에, 악인이 의인의 무리 속에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을 이 비유는 말하고 있다. 이것이 이 비유에서 볼 수 있는 두 번째 유사점이다.

이 비유를 통해서 교훈을 얻을 것이 있다면, 지금 현재 우리 가운데 악인이 함께 섞여 있다는 사실 때문에 낙망하고 좌절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교회라고 하는 공동체 속에서도 여전히 악인은 공존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는 완벽할 수 없다. 교회 속에는 참된 성도들만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니라, 악한 동기와 엉뚱한 목적으로 살며시 들어와 있는 수많은 가짜 성도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상의 교회는 종종 악취를 풍기기도 한다. 더러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들을 바라볼 때 애통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지만, 이 때문에 믿음을 포기하고 좌절할 것은 아니다.

예수님의 12 제자 가운데에 가룟 유다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예수님께서 친히 선택하신 제자들 가운데 가짜가 존재했었다. 베드로나 요한과 같이 사도의 반열에 그 가룟 유다가 3년 동안 예수님의 제자로 행세했었다. 성령의 능력을 체험했던 예루살렘 교회에는 아나니아와 삽비라와 같은 사람도 섞여 있었다(행 5:1-11). 오늘날에 정말 순도 100%의 교회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다 그런거야!” 하면서 추악한 모습을 보면서도 무감각해져서도 안 되겠지만, 반대로 이러한 사실이 마음을 괴롭히고, 결국 신앙에서 떠나거나 좌절하는 계기가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되는 마지막 날, 종말의 때가 되기 전까지는 의인과 악인이 함께 섞여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악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에 빠지기도 한다. 하나님께서 살아계신다고 한다면, 왜 악인이 제멋대로 활보하게 내버려두는가? 도대체 하나님께서 정말로 존재하신다면, 왜 의인이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그냥 내버려두는가? 이러한 질문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던지게 되는 질문이다.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사람은 고난을 당하고, 악을 행하며 사는 사람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은 믿음을 저버리고 그냥 악한 길로 가고 싶은 유혹 마저 받게 된다. 아삽의 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내용이 바로 그런 내용이다(시 73:1-16). 그럴 때 우리는 이 비유를 기억해야 한다. 이 세상에는 악인과 선인이 섞여 있고 심지어 악인이 아무런 제제와 형벌을 받지 않은 채 활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치 잡은 물고기들을 분류하는 것처럼 하나님의 심판의 때가 있어서 의인과 악인을 구분하실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비유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소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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