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유사점

– 이국진

비유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하고 비유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사점(類似點, tertium comparationis)이 무엇인가를 확인하여야 한다. A라는 비유(比喩, the pointer)를 사용하여 a라는 대상(對象, the pointed)을 가리키고자 한다면, 비유(the pointer)와 비유대상(the pointed)을 연결해주는 것이 유사점이다.

예를 들어, “당신의 모습은 장미와 같이 아름답다”라고 한다면, 장미라는 비유를 사용하여 당신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인데, 이 둘을 서로 엮어주는 것(유사점)은 장미의 “아름다움”이다. 이 비유를 듣는다면, 비유의 유사점이 아닌 것 때문에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고, 그 유사점이 아닌 것까지 생각하면서 과도하게 들뜰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장미꽃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나무에 가시가 있다는 사실, 장미꽃의 향기가 향기롭다는 사실, 장미꽃잎이 부드럽다는 사실, 장미에는 온갖 벌레들이 모여들게 된다는 사실, 장미꽃은 오랫동안 두고 볼 수 없고 쉽게 꽃이 진다는 사실, 장미꽃은 열매를 맺게 된다는 사실 등등 장미에 대해서 더욱 깊은 지식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사실들은 “당신이 장미와 같이 아름답다”라고 말할 때의 유사점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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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유사점(tertium comparationis)이란 용어는 지금까지 비유연구 학자들이 사용해왔던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는 점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유사점이라고 하면 비유에 사용된 어떤 용어 또는 개념이 실제로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을 나타낼 때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탕자의 비유에서 아버지는 하나님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아버지와 하나님 사이에 비교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접근이 명확하지 않은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개념 모두가 하나님과 상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탕자의 비유에서 아버지의 “사랑이 많으신 성품”만이 하나님의 성품과 유사점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비유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충 뭉뚱그려서 “아버지”가 하나님을 나타낸다고 말하기보다, 구체적으로 아버지의 어떤 점이 하나님의 어떤 점과 상응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유사점은 바로 구체적인 상응점을 가리키는 것이다.

산상수훈에 나오는 팔복에서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가난함”이란 비유를 통해서 나타내고자 하는 사람의 특성은 무엇일까? 가난한 자의 특성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가난한 자는 가지고 있는 소유가 부족하기 때문에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것을 나누어주지 못하는 인색한 특성을 나타낼 수 있다. 그래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란 그런 인색한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예수님이 그렇게 인색한 사람이 복이 있다고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가난한 자의 또 다른 특성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동냥에 의존하며 기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서 해석한다면, 심령이 가난하다는 말은 자신이 영적으로 파산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면서 온전히 하나님의 자비만을 갈망하는 사람을 뜻한다. 산상수훈은 앞뒤에 산상수훈을 해석할만한 어떤 실마리와 함께 주어진 것이 아니어서, 과연 심령이 가난하다는 의미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집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성경 전체의 메시지의 빛 아래서 해석한다면, 심령이 가난하다는 의미는 인색한 사람이라는 의미라기보다는 자신의 영적 파산상태를 실감하고 하나님의 자비를 갈구하는 자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는 말은, 누가복음 18장의 세리의 기도처럼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나를 불쌍히 여겨 달라고 하는 자가 복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심령이 가난한 자”라는 비유적 표현에서의 유사점은 가난한 자의 “타자에 대한 전적의존”이다. 가난한 자의 인색한 점은 결코 유사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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