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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그대를 몰라준다 해도

지난 카메룬과의 A매치 경기(22.9.27)에서 이강인이 뛰는 것을 기대했으나, 벤투는 활용하지 않았다. SNS에는 이강인을 활용하지 않는 벤투에 대한 불만이 폭증했다. 이럴 거면 왜 이강인을 불렀느냐고 말이다. 이강인은 국가대표 차출을 거부했어야 했다고 말이다. 나도 아쉬웠다. 라리가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였던 이강인이 대표팀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서 우리나라 대표팀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주길 바랐다. 하지만 벤투는 이강인을 사용하지 않았다. 벤투가 이강인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이강인을 활용할 줄도 모르는 미흡한 감독일까? 왜 벤투는 이강인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아마도 이강인이 개인적으로는 뛰어난 선수일 수 있으나, 현 대표팀의 시너지를 만드는 데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벤투는 생각한 것 같다. 마치 페리시치가 뛰어난 선수이지만, 손흥민과의 조합을 이루면 오히려 팀 경기력이 저하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콘테는 페리시치를 사용한다고 욕을 먹고, 벤투는 이강인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욕을 먹는 셈이다. 어차피 감독은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욕을 먹기 마련이다. 결과로 말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황인범이 아주 잘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강인처럼 드리블을 치고 나가기보다는 한 번의 터치로 깊숙이 찔러주는 황인범이 나름대로 잘해주고 있으니 굳이 이강인이 필요한 게 아닐 것 같다. 어제는 월드컵을 앞두고 최종적인 정예 멤버를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그런대로 수비가 선방했고, 공격도 잘 살아났다. 황희찬의 왼쪽 돌파는 아주 매서웠고, 연계도 나름대로 좋다. 월드컵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른다. 잘 해주기만을 기대해본다.

그럼 왜 이강인을 불렀을까? 경기에 뛰게 하지 않을 거면서? 그것은 뎁쓰(depth)를 위해서일 것이다. 경기 중에 선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황의조가 갑자기 부상을 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경우를 위해 플랜B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플랜B는 연습 때 충분히 실험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벤투는 구상을 해두었을 것이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강인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말이다. 이강인은 절치부심하면서 그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게 축구선수다.

축구선수는 세상이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불만을 터트리기만 할 게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더 키워나가야 한다. 세상이 드디어 나를 알아줄 수 있도록 말이다. 어쩌면 믿음의 사람들은 그런 기간을 견뎠다. 요셉은 원대한 꿈을 꾸었다. 온 세상이 그 앞에서 절을 하는 놀라운 꿈이었다. 하지만 그의 현실은 노예로 끌려간 것이었고, 감옥에 억울하게 갇히는 것이었다. 그때 요셉은 신세를 한탄하고만 있지 않았다. 세상이 왜 나를 몰라주느냐고 한탄하지 않았다. 오히려 요셉은 그곳에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의 자리라고 생각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그 자리에 부르신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보디발이라는 주인을 성실하게 섬겼다. 마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 천직인 것처럼 살았다. 그러다가 감옥에 갇혔지만, 그곳에서 억울하다고 하면서 정신줄을 놓지 않았다. 그곳에서도 성실하게 일했다.

어쩌면 벤투가 보석을 보지 못하는 어설픈 감독일 수 있다. 이강인의 작은 키, 그리고 신체 조건, 앳된 용모 등은 축구 감독에게 긍정적인 선입견을 주긴 힘들다. 하지만 이강인 선수는 대단한 선수다. 라리가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서서히 그 진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고, 마요르카의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을 활용해 아주 많은 덕을 보고 있다. 그런 이강인이 대표팀에 와서 찬밥신세가 되는 것은 씁쓸할 수 있다. 분노가 치밀어오를 수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축구인 것을. 아니 그게 인생이다. 조용히 자신의 실력을 키워나가는 수밖에는 없다.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현재에 충실히 하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알바를 하든, 부교역자 생활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현재에 충실히 하는 게 가장 확실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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