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은 다 좋은 것일까? 기도로 무릎을 꿇는 것이 다 좋은 것일까?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이냐고 하겠지만, 사실은 정말 중요한 질문이다. 성경은 분명히 잘못된 예배, 잘못된 기도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가인이 드린 제사는 하나님께서 받지 않으셨고(창 4:5), 이스라엘 민족이 드렸던 제사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정말 혐오하시면서 다시는 그런 제사를 드리지 말라고 하셨다(사 1:11-15). 말만 많이 하는 기도나 사람들에게 보이려는 기도는 하나님과는 상관이 없는 기도일 뿐이고(마 6:5-7), 정욕으로 드리는 기도는 외면당할 뿐이다(약 4:3).
사울은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하여 사울은 하나님께 버림을 받았다(삼상 13:8-15).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는데, 왜 하나님께서는 사울을 오히려 버리셨을까? 제사장이 아닌 사람이 월권을 했기 때문일까? 즉, 제사의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런 면도 있었겠지만, 더욱 큰 문제는 하나님을 이용하려 했다는 데 있었다.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제사를 드린 것이 아니라, 군사들이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사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의 승리였다. 물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고, 왕에게 주어진 책무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좋은 것, 모든 당연한 것이 우상이 될 수 있다”라고 했던 팀 켈러의 말처럼, 전쟁에서의 승리가 사울에게는 우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하나님을 수단으로 삼아 버렸다. 예배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경건한 방편이 아니라, 전쟁의 승리라는 우상 숭배를 위한 탐욕의 수단이 되고 만 것이다.
놀랍게도 이런 일들이 우리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찬송은 항의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고, 기도회는 자신의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탐욕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선지 생도를 돕는다’는 선한 포장이 나아만에게서 재물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전도, 제자훈련, 선교 등 모든 선하고 좋은 것들이 감추어진 욕망을 이루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신앙의 이름으로 탐욕을 추구하는 일들은 너무 자주 일어나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 수 있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성경은 우리를 향해 경고한다. 예배가 사실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이다. 기도회가 우리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