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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은 사랑을 망치는 주범

– 이국진

예수님의 비유에 나오는 바리새인은 철저한 신앙생활을 했다. 그들은 기도 생활, 경건생활, 금욕적인 생활, 그리고 헌신의 생활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하지만 그 모든 행위가 돋보이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행위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의 교만함 때문이었다. 교만은 제로 팩터(zero factor)이다. 아무리 큰 것이라 할지라도 교만이 있으면, 제로가 된다. 그래서 잠언서는 이렇게 선언한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잠언 16:18).

그래서 사탄은 인간이 겸손해지지 못하도록 최대한 막는다. 스크루테이프 사탄이 조카 웜워드 사탄에게 보낸 14번째 편지에서 전수한 겸손을 막는 비법은 경탄할만하다. 겸손해지려는 마음을 가질 경우, 자신이 겸손해질 수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에 집중하게 만들고, 이 새로운 형태의 교만을 스스로 반성하며 뉘우치려 할 경우에는 다시 그런 시도를 했다는 사실에 뿌듯하게 만들면서, 그 어떤 형태의 겸손마저도 교만으로 바꾸어버리라고 충고한다.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해낸 민족의 영웅 모세가 빠졌던 것도 교만이었다. 모세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교만함 때문이었다. 모세는 백성들이 물이 없다고 불평할 때,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반석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반석 앞에서 모세는 자제심을 잃었다. 모세는 백성을 향해 분노하며 말했다. “패역한 너희여, 들으라.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 그리고선 반석을 지팡이로 세게 두 번 내리쳤다. 그러자 그곳에서 물이 솟아나오기 시작했고, 백성들이 물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민수기 20장에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하여, 모세는 하나님의 책망을 받았다.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 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고로, 너희는 이 총회를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

모세의 잘못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추측들이 많이 제시되었다. 어떤 사람은 아마도 하나님은 반석을 향하여 “명하여 물을 내라”고 하였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반석을 지팡이로 내려쳤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어떤 사람은 반석을 한 번만 치지 않고, 두 번씩 내려 쳤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모세가 분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모든 설명이 나름대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모세의 교만한 마음도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라 생각한다. 모세는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물을 내랴?”고 말했다. 여기에 약간의 미묘한 차이가 보인다. 예전에 모세는 항상 기적을 행할 때에, 하나님이 기적을 베푸는 것처럼 말했었다.

너희는 두려워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날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출애굽기 14:13)

저녁이 되면 너희가 “여호와께서”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셨음을 알 것이요. (출애굽기 16:6)

모세는 언제나 능력이 하나님에게서 나오며, 하나님이 그러한 기적을 베푸신다는 것을 말했다. 하지만 모세는 여러 해 동안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도구로서 많은 기적을 행하면서, 어느 순간에인가 그 모든 기적을 자기 자신이 베푸는 것인 양 착각하게 된 것 같다. 마치 자신의 능력으로 기적을 베풀 수 있는 것처럼, 말을 하게 된 것이다. 교만은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 사용되는 영적인 지도자들이 빠지게 되는 가장 큰 함정이다. 시편 106편은 모세의 죄가 교만한 말을 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희가 또 므리바 물에서, 여호와를 노하시게 하였으므로, 저희로 인하여 얼이 모세에게 미쳤나니, 이는 저희가 그 심령을 거역함을 인하여, 모세가 그 입술로 망령되이 말하였음이로다. (시편 106:32-33)

어쩌면 우리도 모세처럼 될 수 있다. 우리가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능력으로 하는 것이므로, 주님이 주신 능력으로 하는 것처럼 해야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자꾸 그런 사랑의 능력이 바로 나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인 양 착각하기 쉽다는 말이다. 우리는 청지기임에도 불구하고, 내게 주어진 재산이나, 내게 주어진 자녀나, 내게 주어진 그 어떤 달란트도 마치 나의 것인 양 생각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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