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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피오렐로 라과디아 판사


피오렐로 라과디아 Fiorello La Guardia(1882~1947)는 뉴욕 시장을 세 번이나 연임했던 사람이다. 키가 157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단구短軀였지만, 그는 아주 지혜로웠고 마음은 너무나 따뜻했다. 시장이 되기 전에는 법원 판사로 있었다.경제 대공황大恐慌으로 미국인들이 춥고 어두운 나날을 보내던 1930년 어느 겨울날, 상점에서 빵 한 덩어리를 훔치던 한 할머니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즉결재판에 회부되었다. 당시 라과디아는 뉴욕시의 임시 치안 판사를 맡고 있었다.할머니는 실직한 사위가 가출해버린 뒤 병들어 누운 딸을 대신해서 어린 손녀들을 키워오다가, 마침내 음식과 돈이 모두 떨어져 손녀들에게 먹일 게 없어서

청렴결백한 정치가로 알려진 라과디아 시장.
청렴결백한 정치가로 알려진 라과디아 시장.

빵 한 덩어리를 훔친 것이었다. 할머니의 처지가 불쌍하긴 하지만, 하루도 빵을 도둑맞지 않는 날이 없다면서 빵가게 주인은 절도범을 엄벌해 달라고 주장했다. 방청객들은 빵가게 주인이 너무 몰인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판사는 할머니를 빵가게 주인과 다르게 보리라고 기대했다. 자기 배를 채우려는 것도 아니고, 손녀를 먹이려고 한 할머니에게 관용을 베풀어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재판이 시작되었다.“전에도 빵을 훔친 적이 있습니까?”“아닙니다. 처음 훔쳤습니다.”“왜 훔쳤습니까?”“예, 저는 선량한 시민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돈이 없는데, 나이가 많다고 아무도 써주지 않았습니다. 일자리를 얻을 수도 없고 배식도 끊겨 어린 손녀들과 4일간 굶었습니다. 제가 굶는 건 견딜 수 있지만, 손녀가 굶는 걸 보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빵가게 앞을 지나다가 마치 바늘이 자석에 끌리듯이 저도 모르게 가게로 들어가 빵 한 덩어리를 훔치고 말았습니다.”“그건 개인적인 사정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행동은 명백한 범죄입니다. 알고 있습니까?”“예, 알고 있습니다. 잘못했습니다.”“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할머니는 이곳을 나가면 다시는 빵을 훔치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습니까?”“네? 아, 그…그건 약속할 자신이 없습니다.”

미국 정부는 1972년에 그를 기리는 뜻에서 우표를 발행했다.
미국 정부는 1972년에 그를 기리는 뜻에서 우표를 발행했다.

판사는 법이 요구하는 공의公義를 무시할 수도 없었고, 너무나 딱한 상황에서 굶고 있는 손녀를 위해 빵 한 덩어리를 훔친 할머니를 법대로만 집행할 수도 없었다. 법도 사람을 위하여 만든 것인데, 법 적용에 있어서 형편과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판사는 할머니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 법이 요구하는 공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할지 잠시 고민을 한 후에 최종 판결을 내렸다.“피고의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딱하다 할지라도 도둑질은 잘못입니다. 죄를 지었으면 누구든지 죗값을 내야 합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므로 피고 애니 돌로레스에게 벌금 10달러를 선고합니다.”비록 남의 빵을 훔치는 도둑질은 했지만 노인의 사정을 감안해서 관대하게 판결이 나올 것으로 방청객들은 예상했다. 그런데 단호한 판사의 선고에 방청석을 메운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라과디아 판사는 이어서 말했다.“피고는 재판정을 나가면 또다시 빵을 훔치게 되어 있습니다. 굶어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피고가 빵을 훔친 것은 피고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피고가 생존을 위해 빵을 훔쳐야만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임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뉴욕 시민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 않고 방치한 우리 모두에게 책임을 묻겠습니다. 그래서 본 판사에게도 10달러의 벌금형을 내리는 동시에 이 법정에 있는 시민 방청객들도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지 않은 죗값’으로 각각 50센트의 벌금을 선고하는 바입니다.”라과디아 판사는 먼저 자기 지갑에서 10달러를 꺼내어 모자에 넣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경무관에게 그 모자를 건네주면서 모든 방청객들에게도 벌금을 거두라고 하였다. 법정에 앉았다가 난데없이 억울한(?) 50센트의 벌금을 선고받은 방청인들은 모두 웃음 가득한 얼굴로 ‘죄 없이 받은 처벌’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거둔 돈이 57달러 50센트였다. 10달러를 벌금으로 내고, 남은 47달러 50센트를 손에 쥔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그리고는 너무 송구스럽고 고마운 마음에 몇 번이나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할머니는 법정을 떠났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법정 앞에는 햇살이 밝게 비치고 있었다.

출처: https://www.dailytw.kr/news/articleView.html?idxno=22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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