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닫기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틈새

– 이국진

바빠서 기도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원래 마틴 루터가 했던 말이다. 루터는 너무 바쁘기 때문에 3시간 이상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역설적인 이 말은 최근 미국 윌로우 크릭 교회의 빌 하벨스 목사의 책 제목으로 바뀌어서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1)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현대인들은 바쁘고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작 조용히 주님 앞에 나아가서 묵상하고 기도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기도할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댄다. 하지만 루터는 바쁘지 않아서 기도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바쁘기 때문에 기도해야만 한다고 했던 루터의 논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도하지 않으면 더 바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너무 할 일이 많기 때문에 하루 3시간도 기도하지 않으면 도무지 일을 감당치 못할 것 같다는 고백이 들어 있다. 사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그 일을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루터의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평상시 정리정돈을 잘하면서 사는 사람은 집안을 아름답게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평상시 바쁘다는 핑계로 정리정돈에 등한시 했던 사람은 집안을 아름답게 유지하려면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평상시 회계장부를 잘 정리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재정 관리에 드는 시간이 오히려 절약된다. 기도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살면 더 힘들 수밖에 없고 더 바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사랑의 실천에도 적용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는 바빠서 사랑을 실천하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는 바빠서 하나님을 예배할 시간조차 없고, 우리는 바빠서 가족을 돌볼 수 없고, 너무 바빠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실 이러한 핑계는 사탄의 지능적인 계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C.S 루이스가 지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스크루테이프란 악마의 왕이 악마세계에 갓 입문한 신참 악마인 자신의 조카 웜우드에게 31통의 편지를 소개한다. 2) 여기서 스크루테이프는 어떻게 하면 교회와 성도들을 유혹해서 타락케 할 수 있는지 축적된 노하우를 가르쳐주는데, 그 방법 중에 하나가 성도들이 세상살이에 정신없도록 바쁘게 돌리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세상의 문화를 즐기는 것 때문에, 바빠서 기도할 시간을 망각하게 만드는 것이 사탄의 계략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랑을 실천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것은 사탄의 계략이다. 자신의 유익을 구하는 일에 바빠서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면, 사탄의 계략에 빠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바쁘기 때문에 우리가 더욱 기도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바쁘기 때문에 더욱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사랑을 실천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살면서 삶이 좀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한다. 좀 더 돈을 많이 벌면 삶이 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다람쥐가 아무리 쳇바퀴를 빨리 돌려도 그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없는 것 같이, 사랑을 실천할 겨를도 없이 산다고 하여 우리의 삶이 좀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바쁠수록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을 낼 때, 우리는 진정한 우리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유익이 생기는 것이다. 자신의 유익만을 위하여 살지 말고, 우리의 시선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릴 수 있는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 목차로 돌아가기

* 다음 글 읽기 –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은 주님의 사랑

* 이전 글 읽기 – 사랑은 자신의 계획대로만 충실하게 살아갈 수 없다

Loading

--[註]---------------------------
  1. 빌 하이벨스, [너무 바빠서 기도합니다]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2004[]
  2. C.S. 루이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홍성사, 2005[]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