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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목사님이 없다

담임목사로서 가장 힘들고 버겁게 느껴지는 일 가운데 하나는 새로운 부교역자를 뽑는 일이다.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만 가지고, 그리고 기껏해야 짧은 인터뷰를 통해 같이 일하게 될 동역자를 모시는 일이 어렵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새로 모시게 된 교역자가 과연 같이 호흡을 잘 맞추며 사역을 해 나갈 수 있을까 염려스러운 마음에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능하면 부교역자도 자꾸 바뀌지 않고 계속 사역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남부교회에 부임한 지 불과 두 달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새로운 교역자를 청빙해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개척을 꿈꾸며 얼마 전 사임하게 된 목사님을 대신할 새로운 목사님을 찾으려니 막막했다. 수소문한 끝에 몇몇 후보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 분들과 잠깐 앉아서 인터뷰를 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내가 준비한 질문은 모두 20개였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존경하는 목사님이 누구냐는 것이다. 그 사람이 누구를 존경하느냐는 그 사람이 누구냐를 보여주는 바로미터(barometer)라고 생각했기 때문에던지는 질문이다. 만일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아무개 아무개 목사 등등이 튀어나온다면, 당연 불합격이다.

그런데 어떤 후보 목사님은 나의 질문에 대답을 망설이더니 존경하는 목사님이 없다고 했다. 왜 없는가? 한국 교회를 이끌어가는 유명한 목사님들이 분명히 있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목사님들이 있었는데, 그 목사님은 존경하는 목사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 대답이 나의 대답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내가 자신있게 내놓을만한 존경하는 목사님이 없다. 물론 나는 그나마 추천할만한 몇몇 목사님들을 잘 알고 있으며, 그분들과 깊은 교제를 나누고 있고, 그분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한국교회 내에서 내 놓을만한 존경하는 목사님은 없다. 이것이 슬픈 현실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우리가 본받고 싶은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교회를 크게 일구어 대형교회를 일구어낸 목사님일지는 몰라도, 내가 존경하고 따라가고 싶은 목사님은 아니다. 아주 뛰어난 입담으로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는 그런 뛰어난 능력이 있는 목사님이 있지만, 내가 닮고 싶은 목사님은 아니다. 청년들을 열광시키고 매니아들이 따라다니는 그런 목사님이 있지만, 내가 그분의 모습을 따라가고 싶지 않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목사님도 있지만, 그런 목사님처럼 되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존경하는 목사님이 없는 이유는 우리가 정말 존경할 목사님들은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조용히 묵묵하게 성경 말씀대로 목회하는 목사님들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남들이 알아주는 것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묵묵히 그리고 신실하게 감당하는 목사님들이기 때문이리라. 나도 그런 목사가 되고 싶다. 우리가 정말 존경할 수 있는 분들은 이 세상의 칭찬은 뒤로 한 채, “하나님께서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인정하실 것을 기대하며 주인의 즐거움을 기대하는 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한 스님들이 계시고 천주교에서도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추기경이 계시다. 하지만 교회에는 그런 분이 없다. 아니 없어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없기 때문에 예수님이 필요한 것이다. 추악하고 더러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주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셨고, 십자가 위에서 피를 흘려주신 것이다. 우리는 그 은혜에 감격하여 묵묵히 주님의 길을 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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