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노아가 120년간 방주를 지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창세기에 그렇게 정확하게 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말을 많이 듣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창세기 6장 3절 말씀 때문일 것이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나의 영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육신이 됨이라. 그러나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되리라 하시니라.” (창 6:3)
하나님께서 사람들의 죄악을 보고서 이들과 영원히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셨다. 그때 그들의 연한은 120년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니까 그때로부터 120년 뒤에 홍수가 나서 그들이 멸망했다고 본다면, 노아가 방주를 지은 기간은 120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창세기의 다른 구절들을 보면 좀 복잡해진다. 창세기 5장 32절에서는 노아가 500세 되던 해에 셈과 함과 야벳를 낳았다고 기록한다. 이것은 홍수가 나기 100년 전이었을 것이다. 창세기 7장 6절에서 노아가 600세일 때 홍수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표현은 한 해에 노아가 세 명의 아들을 낳았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첫째 아들인 야벳을 낳은 것인데, 셈과 함의 이름까지 동시에 기록됐다. 노아의 두 번째 아들인 셈은 그가 100세가 되었을 때, 다시 말해 홍수가 난 후 2년 뒤에 아르박삿을 낳았다고 기록한다(창 11:10).
그러니까 셈이 98세 되던 해에 홍수가 난 것이며, 더 나아가 노아가 502세 때 셈이 태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창세기 9장 24절에는, 함이 작은 아들이라고 기록되었는데 이 표현은 아마도 막내라는 뜻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노아에게 방주를 지으라고 명령하실 때, 아내와 아들들과 그 며느리들까지 모두 방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셨다(창 6:14-18). 셈과 함이 태어난 후 이 명령이 주어졌다고 보면, 아마 홍수가 나기 97년 이전에 이 명령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셈이 홍수가 나기 98년 전에 태어났다면, 그의 동생 함은 아무리 빨리 태어나도 홍수가 나기 97년 전에야 태어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더 나아가 이들이 모두 결혼해 아내를 둔 이후에 이 명령이 주어졌다면, 아마도 홍수가 나기 50~80년 전에 방주를 지으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노아가 방주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50~80년 정도라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산에는 여러 구멍이 있다.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방주를 지으라고 하실 때, 아내와 아들들과 그 며느리들까지 방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셨지만(창 6:14-18) 이미 세 아이가 모두 태어난 상태에서, 모두 아내를 얻은 상태에서 이런 명령을 하셨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아이들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며느리들이 없는 상태에서도 그런 명령을 주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20년 전에 방주에 대해 말씀하셨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창세기 6장 3절에서 말하는 120년이라는 연한은 홍수 이후 사람들 수명의 변화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 창세기에 기록된 사람들 나이를 보면 홍수 이전에는 수백 년씩 살았지만 홍수 이후 급격하게 나이가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홍수가 일어나기 120년 전에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홍수가 난다고 말했다는 근거 자체가 흔들린다. 그렇다면 홍수가 나기 직전, 단지 몇 년에 걸쳐 방주를 지었을 수도 있다.
노아가 방주를 120년간 지었다고 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창세기 6장 3절을 다르게 해석해서 120년이라고 주장한다고 100%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저 하나의 이론이라 생각하면 된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노아가 방주를 몇 년 동안 지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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