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진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의 월터 미셜 박사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마시멜로 실험을 했다고 한다. 이 실험에 참가한 4세의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하나씩 주면서 15분간만 먹지 않고 참으면, 상으로 한 개를 더 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그런데,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 중에 1/3은 15분을 참지 못하고 먹어 치웠고, 2/3는 끝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것은 14년이 지난 후였다. 당시에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 낸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다룰 줄 아는 정신력과 함께 사회성이 뛰어난 청소년으로 성장해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어 치운 아이들은 쉽게 짜증을 내고 사소한 일에도 곧잘 싸움에 말려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1)
참을 줄 아는 것이 좋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참지 못한다. 그러한 이유는 단순히 정신력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참는 것은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이해와 관련이 있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가장 성경적인 대답은 “죄인”이다. 내가 죄인이며, 하나님의 은혜 때문에 용서를 입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면, 우리는 참을 수 있다. 다윗 왕이 피난길에서, 시므이의 욕과 비방을 참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죄인임을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죄인이라는 자아의식보다는 남들을 가르칠 수 있는 선생이란 자아의식이 강하다. 나는 선생이고, 다른 사람들은 나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나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식으로부터 이 세상의 모든 문제는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결혼을 하고 나면, 아내는 갑자기 애인에서 선생님으로 변한다고 한다. 남편을 가르치고, 훈계하고, 꾸며서 멋있는 남자로 만들고 싶어 하는 역사적(?) 사명감으로 충만하게 된다. 그런데 남편은 이러한 취급을 당할 때에 가장 무시당하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여성의 욕구가 자상한 배려와 관심이라면, 남성의 욕구는 인정받는 것이다. 아내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상한 배려를 한다는 차원에서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지만, 남성은 오히려 이러한 모습에 힘들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정 사역자들은 아내가 남편을 향해, 자상한 배려와 관심을 갖되 지혜롭게 남성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사랑을 표현할 것을 충고하기도 한다. 종종 자상한 배려와 관심이 지혜롭게 표출되지 못하는 이유는 선생이라는 자아의식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할 때이다.
교회에서도 사랑의 관계를 갉아먹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 선생처럼 행세할 때이다. 흔히 교회 안에서의 문제는 서로가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보스가 되려고 하는 데 있다. 어떤 교회에서 피아노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가지고 서로 싸움이 붙었다고 한다. 한 장로는 피아노가 오른쪽에 있어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한 장로는 피아노가 왼쪽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두 장로가 급기야 싸움을 하게 되었고, 결국 이 문제가 발단이 되어 교회가 나뉘어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세월이 지난 후, 각각 다른 두 교회를 다니던 이 두 장로는 어느 날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두 장로가 서로 인사하면서, 한 장로가 이렇게 물었다. “여보시오, 김 장로님, 예전에 우리가 왜 그렇게 싸웠는지 모르겠소. 그런데, 당신이 피아노를 오른쪽에 두자고 주장했었소? 아니면 내가 그렇게 주장했었소?”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는 서로가 선생이 되어 주장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야고보서에서는 우리를 향해서, 많이 선생 되지 말라고 권면한다(3:1). 선생 된 자들이 더 많은 심판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교사라는 직업을 갖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려 들려는 바리새인들처럼 선생이 되어 남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 다음 글 읽기 – 사랑은 반창고처럼
* 이전 글 읽기 – 모든 것을 참는 것
- 엘런 싱어, 호아킴 데 포사다, [마시멜로 이야기] (한경BP,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