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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내가 불의를 행하지 않는 것

– 이국진

바울 사도는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는다(Love does not rejoice at wrongdoing)”고 표현했는데, 이 말은 여러 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1) 사랑은 내가 불의를 행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2)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이 불의를 행하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3)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이 불의를 당하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렇게 세 가지로 이해해 보려고 한다.

우선, 사랑에 대한 10번째 정의는 사랑이 있는 사람은 불의를 행하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사랑이 있는 사람은 불의를 행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뜻이다. 나의 불의로 인하여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사랑이 있는 사람은 불의를 행하지 않는다. 불의는 언제나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동반한다. 그래서 사랑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정의를 행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불의를 행하면서, 가족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내가 불의를 행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고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 임꺽정이나 로빈 후드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 세상에 마음씨 착한 도둑이 있을 수 있다는 환상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그들이 행하는 선행의 크기는 너무나도 커서, 그들이 행하는 악행은 무시해도 될법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은 선행을 위한 것이며, 오히려 악행이 없었다면 선행을 행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악행은 오히려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법적 심판을 대신하여 행하는 것으로 미화된다. 하지만 이것들은 소설이다. 실제로는 내가 불의를 행하면서, 가족이나 가난한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불의를 멀리해야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 것이다.

존 로빈슨은 [신에게 솔직히]라는 책에서 역시 상황윤리를 제공한다. 1 거짓말은 잘못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윤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조셉 플레쳐의 상황윤리도 마찬가지이다. 플레쳐는 자신의 책 [상황윤리]에서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난제들을 제시한다. 2 어떤 인디안 마을이 추격으로 인하여 전체가 몰살 위기에 놓여 있을 때, 병든 아기를 데리고 있던 어머니는 아이의 울음소리로 인하여 전체 마을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는 아기를 죽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묻는다. 윤리의 문제는 쉽게 대답을 내리기 어렵다. 이 세상의 상황은 참으로 복잡하고,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 어렵게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이 참 사랑인가에 대해 답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기독교 윤리의 시발점은 하나님에게 있다. 3 하나님을 전제하지 않으면, 윤리가 상황윤리로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기준이 되시는 하나님을 전제하게 될 때, 우리의 판단을 흐리는 상황윤리적 가르침을 제거할 수 있다. 불의를 행하는 것이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판단을 호도하는 것이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는 것이며, 사랑하는 자는 불의를 행할 수 없다. 불의를 행하면서, 그것이 사랑의 발로였다고 핑계댈 수 없는 것이다. C.S. 루이스가 지적한 것처럼, 사랑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때, 사랑은 악마적인 것이 된다. 4 사실 사랑의 이름으로는 무슨 악행도 저지를 수 있다. 이 세상을 파멸로 이끌어갔던 히틀러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행하였던 것을 아는가? 히틀러는 진화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열등한 사람들을 지구상에서 청소해버리는 것이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좋다고 판단했다. 어쩌면 인류를 향한 애정의 발로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랑이 정의 아래 있어야 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온정주의에 빠져있는 한국 크리스천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사랑을 행하는 자는 불의를 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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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1. 존 로빈슨, [신에게 솔직히] (대한 기독교서회, 1998).[]
  2. Joseph Fletcher, Situation Ethics: The New Morality (Westminster John Knox Press, 1997).[]
  3. John Murrary, Principles of Conduct (Eerdmanns, 1991).[]
  4. C.S. 루이스, [네가지 사랑] (홍성사, 200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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