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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같은 사랑

– 이국진

칼빈주의 5대 핵심 교리 가운데, 인간의 전적 타락(Total Depravity)이라는 교리가 있지만, 이 말은 인간이 전혀 선을 행할 수 없다는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인간의 전적 타락의 교리에서 말하는 것은 “구원을 얻을만한 능력”이 인간 편에는 없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그래서 아무리 선한 일을 많이 한다 하여도, 구원을 얻기에 충분하지 못하며, 오직 하나님의 자비하심에 근거한 구원하심만이 우리의 소망이라는 것이 이 교리가 말하는 것이다. 전적 타락의 교리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누구에게나 선을 행하는 마음이 있다. 친절을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있다. 놀부에게도 사랑하는 아내는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 사랑의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제한성의 특징이 이기적이라는 데 있다. 한 편으로, 사람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하면서, 자신에게서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하지 못하다. 나는 이러한 사랑을 조폭(조직 폭력배) 같은 사랑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조폭은 폭력을 사용하여, 선량한 시민들을 괴롭히고, 돈을 뜯어낸다. 하지만 조폭에게도 사랑은 있다. 조폭 단원들끼리 의리가 있고, 자기 가족을 향한 사랑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의 범주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조폭 같은 사랑을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그들에게 있어서 사랑의 대상은 자신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사랑일 뿐으로, 결국 자기를 사랑하는 이기심에 불과하다.

따라서 친절은 가족의 차원을 넘어 이웃에게로 확대되어야 하고, 더 확대되어 원수에게로 확대되어야 한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렇게 우리에게 도전하셨다.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또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 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마태복음 5:46-47). 이런 점에 있어서는 바울 사도의 메시지도 동일하다.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우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로마서 12:2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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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1. 머리에 숯불을 놓는다는 것은 잠언 25:21-22의 말씀을 인용한 것으로, 고통을 안겨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여인들이 숯불을 머리에 놓게 되는 것은 집에 숯불이 꺼졌을 때였다. 요즘처럼 불을 켜는 도구가 발달해 있지 않은 시대에는, 불씨를 늘 살려두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불씨를 간직하지 못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머리에 숯불을 얻어오는 것은 그만큼 남부끄러운 일이었다. 결국 원수에게 사랑을 베품으로써,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신의 과오를 돌이키게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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