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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

– 이국진

아들이 아버지에게 무엇인가를 달라고 요청하면, 아버지는 아들이 요청한 것보다 나쁜 것을 주는 법은 없고 항상 더 좋은 것을 줄 것이라는 인류 보편적 사실을 비유로 해서 예수님은 하나님에 대해서 그리고 기도에 대해서 가르치셨다.

이 비유에서 비유를 가능하게 하는 유사점(tertium comparationis)이 몇 개 있다. 첫째, 무엇인가 부족한 아들은 아버지에게 요청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우리를 닮았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족한 것이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부족한 것을 위하여 하나님께 간구하는 입장에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아들을 닮았다. 둘째,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아버지는 아직 어려서 소유하고 있는 것이 적고 또한 할 수 있는 것이 적은 아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아들에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님은 아버지와 비슷하다. 셋째, 우리의 기도는 아버지에게 무엇을 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를 닮았다.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처럼, 아들은 아버지에게 떡이든 생선이든 알이든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러한 유사점들이 있기 때문에 비유가 성립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아버지가 되신다는 사실은 하나님이 나를 전혀 모르는 지나가는 사람과 같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가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은 영적인 아버지 되신 하나님에게 나아가는 것이며,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실 준비가 되어 있는 주님에게 나아가는 것이다. 하나님은 “능력”이 있으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좋은 것으로 주실 “의지”가 있으신 분이다. 그래서 주님은 기도를 가르치실 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라고 부르며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다.

그런데 우리는 이 비유를 읽으면서 하나님에 대한, 그리고 우리에 대한, 더 나아가 기도에 대한 잘못된 결론을 내리기 쉽다. 유사점을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할 때 그렇게 될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에 그 유사점 때문에 비유가 성립하는 것이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를 닮지 않은 점들도 있다. 그래서 이 비유를 읽을 때 대조점(tertium contrarietatis)들이 무엇인지 살펴야 하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사람 아버지는 한계가 있다. 부족한 것이 많다. 하지만 하늘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신 전능하신 분으로서, 온 우주만물을 다스리시는 분이시며 할 수 없는 것이 없으신 분이다. 그런 점에서 하나님은 세상의 아버지와는 대조되는(contrasted) 것이다. 우리가 가난한 나의 아버지에게 억만금을 달라고 요청한다면 아버지는 내게 그런 돈을 줄 수 없을 것이다. 한계가 있는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한계가 없다. 더 나아가 인간 아버지는 아들이 요청하기 전에는 무엇을 원하는 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인간 아버지와는 달리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가 기도하기 전에 이미 다 알고 계신 분이다(마 6:32). 그런 점에서 하나님은 인간 아버지와 대조된다. 그런데 이러한 점이 대조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하나님도 인간 아버지들처럼 때로는 능력이 없어서 우리들의 간구에 부응하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면 안 된다.

둘째, 사람 아버지는 때때로 사악하여 자녀들을 외면할 때가 있다. 종종 우리는 패륜적인 뉴스를 듣는다. 어떤 사람은 정말 포악하고 사랑이 전혀 없는 아버지 밑에서 학대를 당하며 자랐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도 때때로 우리들에게 사악하게 대하기도 하시며 우리를 외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모습은 하나님이 어떠한 분인가를 나타내는 유사점이 아니라, 대조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셋째, 사람 아버지는 때때로 실수를 한다.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주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을 한다. 그게 인간이 가지는 한계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결코 실수가 없으신 분이시다. 그런 점에서 하나님이 아버지와 같다고 할 때, 하나님도 우리들의 아버지들처럼 때때로 실수하고 결과적으로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외에도 많은 대조점들을 생각해낼 수 있다. 그런 대조점들마저도 하나님의 모습인 것인 양 착각해서는 안 된다. 설마 누가 그런 착각을 하겠는가 하겠지만, 놀랍게도 그런 착각들이 넘쳐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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