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7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형제들에게 이번 명절에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요 7:8). 그런데 예수님은 그런 말씀을 하신 후, 은밀하게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다고 요한복음은 보도한다(요 7:10). 이러한 예수님의 행동은 예수님께서 거짓말을 하셨거나 최소한 말을 바꾼 것이 되어서 경건한 성도들이 성경을 읽을 때 혼란스럽다. 정말 예수님은 형제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일까?
이러한 난점은 이미 초대교회 시절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크리소스톰 교부는 예루살렘에 가지 않겠다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은 “결코” 가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형제들과 함께 지금” 가지 않겠다는 의미였던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하면 예수님이 말을 바꾼 듯한 행동을 어느 정도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좀 더 자연스러운 해석은 형제들이 예수님에게 제안했던 목적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예수님의 형제들은 예수님을 믿지 않았었다(요 7:5). 그런데 그들은 예수님에게 스스로 나타나기를 구한다면 초야에 묻혀 있지 말고 유대로 올라가서 이 세상에 자신을 나타내라고 요구했던 것이다(요 7:3-4). 이러한 제안은 신앙적인 제안이라기보다는 예수님을 비아냥거리는 제안이었다. 이러한 그들의 제안에 따라 예수님이 움직이시기를 거부하셨다. 예수님은 아직 예수님의 때가 차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말씀하셨고, 따라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요 7:8). 형제들의 제안에 따라서 이 세상에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대답이었다. 이러한 예수님의 대답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 예루살렘에 가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대답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수님은 나중에 은밀하게 예루살렘으로 가셨다(요 7:10). 그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가르치시기 위해서였다. 예수님은 형제들의 제안이 없었다 할지라도 예루살렘에 가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시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형제들이 유대로 올라가라고 제안했을 때에 그들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면 결국 오해할 가능성이 많았다. 그래서 예수님은 은밀하게 올라가셨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말에 따라 행하신 분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라 움직이신 분이다.
사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의 말 바꾸기 또는 하나님의 말 바꾸기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께서는 다시는 너희와 함께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하셨고, 기도를 듣지 않겠다고 말씀하신 적도 있으며, 니느웨 성을 멸망시키겠다고 말씀하신 적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그 결정을 번복하시고 은혜를 베푸셨다. 예수님은 갈릴리 가나에서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마리아의 요청을 거부하셨으나 곧 이어 물로 포도주를 바꾸는 일을 하셨고, 나는 이스라엘의 잃어버린 양에게로만 보냄을 받았다고 말씀하셔놓고 바로 이어서 수로보니게 여인의 딸을 고쳐주셨다. 엄격하게 말하면 이런 모든 것들이 다 거짓말이 아니냐고 따지려면 따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예수님은 형제들의 비아냥거림에 자극되어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는 분이 아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인기를 끌기 위해서 예루살렘에 올라가는 것을 거부하셨다. 하지만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가르치기 위해서 은밀하게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던 것이다.
요한복음 7:8의 원문은 “너희는 명절에 올라가라. 그러나 나는 이 명절에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아직 내 때가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로 되어 있다. 원문 자체도 본문을 피상적으로 읽어보면, 예수님이 거짓말을 하거나 말 바꾸기를 하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이 말씀을 하신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