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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무조건 다 믿을 수는 없다

– 이국진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을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정적인 방법을 써서, 무엇이 의미하는 바가 아닌가를 살펴보는 것이 편리할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모든 것을 믿으며”라고 했을 때, 성경이 의미하는 바가 아닌 것을 살펴봄으로써, 그 말씀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혀보자.

우선 이 말씀은 모든 사람을 무조건 다 믿으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교사를 후원할 때에도, 그냥 선교사 타이틀만 있으면 후원할 것이 아니다. 과연 그 선교사가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신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정직하고 헌신적이고 훈련이 된 선교사인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정직하지만 훈련이 안된 선교사는 제대로 선교 사역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훈련의 모든 과정은 마쳤지만 정직하지 않거나 헌신적이지 않은 선교사는 제대로 후원금을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의심할 수 있다. 최근 북한 선교를 한다고 많은 후원금을 거두었지만, 실제로는 북한선교는 제대로 하는 것이 없이 모든 후원금을 빼돌렸다는 XX 선교회가 발각되는 일이 있었다. 북한처럼 일반인들에게 정보가 차단된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일은 아무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서 그런 불상사가 훨씬 더 쉽게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사회 복지 시설을 운영한다고 하여 많은 후원금을 거두었지만, 복지 시설에 있는 사람들을 학대하고 후원금을 빼돌리는 경우들도 많이 없지 않다.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진 어떤 승려가 후원금을 착복하고 방탕하게 생활하면서 시설 수용 고아들에게는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복지 서설과 관련된 여러 가지 비리들은 우리가 너무 많이 들었다. 1

우리 교회에서는 매년 선교지 조정회의를 하고 있다. 혹시라도 우리가 후원하는 선교사나 선교기관 중에서 우리가 선교지원을 중단해야 할 경우는 없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그리고 선교지 조정회의에서 새로운 선교 후원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아직 우리가 선교사들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지만, 가능하면 선교비가 잘못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픈 마음에서이다.

직분자를 세울 때에도, 아무나 세울 수 없다. 과연 은사가 있는 사람인지, 과연 신앙이 있는 사람인지, 살펴보고 기도하는 가운데 세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가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종종 직분자 선거에서 피택(선출)되지 않은 사람들이 교회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분들도 직분자로 잘 세워졌더라면, 열심히 충성하고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일 터인데, 직분자 선출에서 피택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개인이나 교회나 모두 어려움에 빠지게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한 사람을 좋은 직분자로 훈련시켜 세우지 못한 목회자의 잘못을 스스로 자책하게 되는 것으로 결론짓게 된다. 하지만 섣불리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분들이 직분자로 세워지면, 교회가 불필요한 소모전을 치를 수 있다. 직분자로 세워지지 않을 경우 교회를 어지럽히고 교회를 떠나는 것이 무서워 울며 겨자 먹기로 직분자를 세울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교인을 받아들일 때에도 분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인 하나가 아쉬운 요즘에는 이 말이 전혀 현실성이 없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오는 것은 결코 순수한 동기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님이 분명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기 행각을 벌이기 위해서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초대 교회에서 보았던 것처럼, 세례를 받고 공동생활을 하던 교회를 통해 먹을 것을 해결하려는 동기에서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장사의 목적으로, 어떤 사람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교회를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불순한 동기를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선별하여 교회에서 축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옳은 것도 아니다. 추수할 때까지는 가라지가 알곡 사이에 섞여 있을 것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마태복음 13:29-30). 하지만 교회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등록교인”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아무렇게나 받아들이는 것은 참으로 위험할 수 있다.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아무런 검증이 없이 교인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정치적 지원을 하는 것도 참으로 위험하다. 아무나 검증이 없이 등록교인으로 받아들이면, 교회에 침투하여 교인들을 빼가거나 아예 목회자를 갈아치우고 교회를 차지하려는 이단집단들에 이용될 수 있고, 신앙적으로 움직여야 할 교회가 불신앙적인 사람들에 의하여 좌지우지될 가능성도 있다. 릭 워렌(Rick Warren) 목사님이 목회하는 새들백 교회는 출석교인들의 숫자보다 등록교인의 숫자가 더 적을 뿐만 아니라, 등록교인을 받아들이기 위해선 여러 가지 검증과 헌신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2 오늘날 우리 한국 교회에서는 정치적으로 혹은 다른 목적으로 교회를 이용하려고 다가오는 사람들에 의하여 교회가 휘둘리는 모습을 자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이 말을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 교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환영할 때, 그들의 효용가치를 기준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이 아니다(야고보서 2:1-7 참조). 누구나 하나님의 자녀라는 관점으로 사람들을 환영해야 한다. 비록 교회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환영해야 한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교회의 정책을 결정하거나, 재정의 운용 등에 섣불리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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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1.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세계적인 성인으로 추앙받는 테레사 수녀에 대한 독설에 찬 보고를 하고 있다. [자비를 팔다], (모멘토, 2007). 이러한 보고가 얼마만큼의 사실을 담고 있는지는 우리가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선한 사업으로 포장하고 뒤에서는 충분히 악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존재하기에 모든 사람을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
  2. 릭 워렌, [새들백 교회 이야기] (디모데, 1995), 34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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