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설교의 표절: 설교에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가?

3.1 이젠 표절이 문제가 되는 시대 1

언젠가 교인 한 명이 대뜸 내게 말했다. “목사님이 지난 주일에 했던 그 설교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것을 표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한 설교가 다른 사람의 설교를 표절한 것이라니? 도대체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물어보니, 내가 한 설교가 어떤 인터넷 기독교 언론에 실린 글 80%를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했다.

내가 했던 설교의 제목은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인가?’였다. 2 인터넷에 실린 글은 “설교는 ‘하나님 말씀’ 아니다”였다. 3제목이 비슷한 인터넷 기사를 내가 그대로 가져다가 설교한 것이라는 게 그분의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목사가 제대로 된 연구도 하지 않고 게으르게 남의 글이나 표절해 설교한 것에 대단히 실망했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

+

사실 제목을 그렇게 잡은 이유는 인터넷에 실린 바로 그 글 제목을 생각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종종 설교 제목을 잡을 때, 시의성이 있는 제목으로 잡곤 한다. 예전에 한참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유행할 때에, 4설교 제목을 ‘안녕들 하십니까’로 잡았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을 때에는, 제목을 ‘예수의 후예’로 잡기도 했다. 5 나는 몇 년 전에 오후 예배 때 설교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할 때에만 권위를 가진다는 의미에서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인가?”라는 제목을 잡았다. 마침 인터넷 언론에서 비슷한 제목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분의 글에 대한 응답적인 성격도 있었는데, 이것이 표절 시비로 비화된 것이다.

아마 상식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했던 설교가 그 글을 표절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글이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과 내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에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설교에 대한 관점에는 더더욱 큰 차이가 있었다. 설사 백번 양보하여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표절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도 없었다. 예수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는 내용으로 설교한다면, 이미 그런 내용으로 설교한 다른 사람의 설교를 표절한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더 나아가 표절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표절자로 판명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설교는 이미 그 인터넷 글이 나오기 전에 임직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2015.5.10.). 표절로 판명된다면, 인터넷 언론에 글을 올린(2016.2.19.) 그분이 내 설교를 표절한 것이 되는 것이다. 아무튼 논란이 될 수도 있었던 그분의 말은 그냥 흐지부지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요즘 이 시대에 설교의 표절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워싱턴의 어떤 대형교회에서는 팀 켈러 목사님의 설교 주제를 따라서 설교했다가 비난을 받던 목사가 사임을 한 적도 있고, 한국에서도 표절 문제가 제기되어 여러 명의 목사가 사임을 했다. 결국 목회자에게 치명적인 도덕적 상처를 입히는 것으로 표절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설교자들은 표절문제에 관한한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이고 어디까지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설교학 교재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 그만큼 신학교에서 설교의 표절문제에 대해서 가르침을 받지도 않고 고민하지도 않은 채 과도한 설교라는 업무에 내몰리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인 것이다.

+

목차로 돌아가기

이전 글 읽기 – 2.10 토타 스크립투라

다음 글 읽기 – 3.2 설교에서의 표절

+

 63 total views,  1 views today

--[註]---------------------------
  1. 이 부분은 인터넷 뉴스앤조이라는 매체에 올린 글을 약간 수정하여 실은 글입니다. 이국진, “설교표절, 그 기준이 무엇인가”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2783[]
  2. 이국진,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인가” http://iwbs.org/?p=1552[]
  3. 신성남, “설교는 ‘하나님 말씀’ 아니다.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2015[]
  4. 나무위키, “안녕들하십니까” https://namu.wiki/w/안녕들하십니까[]
  5. 이국진, “예수의 후예” http://iwbs.org/?p=1445[]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