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성경연구소

차별 금지법에 대한 단상

WebServant 2016.06.03 14:50 조회 수 : 182

최근 미국 피츠버그에 사는 한 수지 리 웨이스라는 여학생이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글이 화제다. 웨이스는 “나를 받아주지 않은 모든 대학들에게”라는 기고문을 통해서, 자신의 환경으로는 불가능한 고스펙을 쌓아야만 아이비 리그대학에 갈 수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현재 미국의 대학입학 관행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 글에서 “나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로 인해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뉴스를 보면서 어떤 사람은 거리의 무숙자의 딸로 태어나 아주 좋지 않은 환경에 있었지만 당당하게 하바드 대학에 입학한 돈 로긴스(2012년 입학), 카디자 윌리엄스(2009년 입학), 리즈 머레이(2000년 입학)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지 리 웨이스의 주장이 틀렸다 할 수 없다. 하바드 대학에서는 이런 특수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몇 명씩 입학시키기 때문에, 그저 평범한 가정에 태어난 자들이 차별받는다는 그의 주장이 오히려 입증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캘리포니아 여성 법무장관의 미모를 극찬했다가 오히려 성차별적 발언으로 비난을 받게 되자 당사자에게 사과를 했다고 한다. 미모는 사실 내가 꾸미기 나름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가지고 태어나는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한데, 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 아닌 것들에 의해서 평가받을 때 가장 절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피부색으로 사람을 평가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래서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나의 네 아이들이, 그들의 피부색이 아니라 그들의 인격의 내용에 의해 평가받는, 그런 나라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쳤고, 그러한 꿈들이 미국과 그리고 세계에서 하나씩 이루어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사회는 내가 선택한 것들이 아닌 것들에 의해서 평가받는 면이 적지 않다. 우리는 어느 지역 출신인가에 의해 차별받기도 하고, 남자인가 여자인가에 의해 차별받기도 하고, 외모에 따라 차별받기도 하며, 그 외에 무수한 것들이 우리들을 차별하는 이유들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인격으로만 사람을 판단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부여되는 사회가 되기를 꿈꾸어본다. 비록 완벽하게 그렇게 될 수는 없다 할지라도 말이다.

 

사실 나는 그 동안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 즉 주어진 것들에 의하여 평가받으면서 많은 손해를 보기도 했고 과분한 사랑을 받기도 했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과분한 사랑을 받기도 했고, 동시에 다른 사람들보다 엄격한 잣대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미국에서 무시를 당하기도 한 반면, 동포들로부터는 과분한 사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주어진 나쁜 환경 탓만 하면서 그 자리에서 좌절하지는 않았고, 주어진 좋은 환경에 안주하면서 그것을 이용하려들지 않으려 했다.

 

요즘 국회에서는 차별 금지법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논란이 많다.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이 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법이 통과되었을 경우 신앙적인 발언들까지 깡그리 범법행위가 될 수 있다며,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법에 대한 반대 운동이 자칫 기독교가 차별을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기득권만을 누리려 한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미국 같으면 입법 과정에서 일일이 토론들을 거치면서 의견들을 조정하게 되고, 그러면서 서로 오해들을 풀고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면서 정반합이라는 변증법적 절차를 거쳐 법안을 만든다. 그런데 우리나라로서는 대체로 그런 과정이 생략된 채 찬반 양편으로 나뉘어 흑백논리에 따라 싸우는 것이 아쉽다. 이 편은 수구 꼴통이 되어버리고 저편은 종북세력으로 낙인찍인 채 말이다.

 

개인적으로 차별 금지법은 민주사회로 가는 길에 정말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이 하나님께서 부여한 존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차별 금지법을 통해서 자신들이 선택한 것이 아닌 것으로 인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기독교적 진리를 주장하는 것이 이러한 법에 의하여 제약을 당하지 않도록 법을 제정할 때 세심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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