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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급진성, 회복할 수 있을까

WebServant 2016.06.03 14:16 조회 수 :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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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급진성, 회복할 수 있을까
데이비드 플랫의 <래디컬: 복음을 통한 철저한 돌이킴>(두란노)

내가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기에 간혹 한국에 돌아오면 종종 몇몇 교회의 초대를 받아 설교를 했다. 한번은 내가 참 어울리지 않는 설교를 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전하는 메시지는 예수님의 복음인데 그 복음을 듣는 사람들은 화려한 건물 속에서 편안하게 교양 강연을 듣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형 교회 예배당에서 내가 전하는 메시지가 그냥 허공을 맴돌다가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은 예전에 내가 어느 교민의 집을 방문했을 때 받았던 느낌과도 같았다. 그분은 내게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보여 주면서 정말 감동적인 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분의 말에 전혀 감동이 되지 않았다. 그분은 탐욕의 삶을 살던 사람이었고 전혀 그의 삶 속에서 무소유를 실천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법정의 <무소유>는 자신이 교양인임을 드러내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스크루테이프의 13번째 편지에서 말하는 사탄의 전략에 말려든 결과가 아닐까? 스크루테이프는 말한다. "적극적인 습관은 반복할수록 강화되지만, 수동적 습관은 반복할수록 약화되는 법이거든. 느끼기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점점 더 행동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결국에는 느낄 수도 없게 되지." [C.S. 루이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홍성사) 81쪽] 우리는 관념 속에서 감동할 뿐 그것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데이비드 플랫의 <래디컬>(두란노)은 복음의 야성을 잃어버리고 편안하고 안락한 복음에 만족하고 있는 우리들을 향한 돌직구다. 예수님의 메시지가 급진성을 가지고 있지만, 놀랍게도 그러한 급진성을 다 제거한 채 편안한 복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 책은 미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쉽게 올라갔다. 내가 가진 책은 2012년 1월 판이었는데, 2011년 3월에 초판을 찍은 후 35쇄라고 하니 1년도 채 안 되어 어마어마한 양이 팔려 나간 것이다. 이러한 폭발적인 반응은 기독교 출판계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 우리 한국교회에서 어떤 자그마한 변화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법정의 <무소유>가 사람들의 정서적이고 지적인 위안을 줄 뿐 실제로 그런 삶을 선택한 일반인들이 별로 나타나지 않았던 것과 비슷하다. 데이비드 플랫의 <래디컬>도 지적이고 정서적인 목마름을 해결해 주었는지는 몰라도 책을 읽은 크리스천들의 삶이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플랫은 우리를 향해 도전한다. 번영을 약속하는 거짓된 복음에서부터 돌이키고 가난한 자들을 돌보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철저히 헌신하라고. 우리의 상급은 오로지 주님뿐이며 죽기를 각오하며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도전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제자를 삼을 수 있으며, 이러한 사명을 회피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안락한 삶을 버리고 가난한 자들을 도우라고 가르친다. 교회는 영적인 전투를 해야 하는데, 그 사명을 잃어버린 것이 마치 전투할 때 수송에 쓰여야 할 배가 유람선이 되어 버린 것과 같다고 진단한다.

나는 <래디컬>이 영어로 된 책의 한국어 번역이라는 점이 아쉽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국인 저자가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저술하였더라면 더 큰 힘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어느 정도 생활한 경험이 있어서 미국의 상황에 익숙한 내가 읽어도 데이비드 플랫이 제시한 예들은 조금 생동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이 책을 다 읽지 않았다. 잘된 번역임에는 틀림없지만 번역서에 있는 태생적 한계라고 할까? 소망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자신을 주님께 진실되게 바치기로 헌신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옛날 예수님의 제자들의 이야기가 그때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고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 한국 땅에서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목격했으면 좋겠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과 조롱을 당하는 오늘날 한국교회를 보면 더더욱 그런 소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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