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성경연구소

천국은 지옥보다 더 다양하다

이국진 2010.10.28 23:51 조회 수 : 1547

 가장 정겨운 말이면서도 어쩌면 가장 차가운 말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라는 말이다. 우리의 표현법에서 "우리"라는 말은 참으로 놀라워서, 단순히 영어의 "Our"로 번역할 수 없다. 우리는 "내 것"을 표현할 때에도,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길 좋아한다. 그래서 외아들인 사람이 자신의 부모를 부를 때에도, "우리 아빠" 혹은 "우리 엄마"라고 한다. 더 나아가 아내를 표현 할 때에도 "우리 아내"라고 부른다. 어쩌면 독점적이어야 할 관계에서조차도 우리는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말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일체감을 조성하는 아주 따뜻한 표현이다. 우리의 범주 안에 들어와 있기에, 우리는 마음이 통하고 서로 마음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이 말은 종종 가장 차가운 말일 수도 있는데, 그것은 그 "우리"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렇다.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대동단결을 꾀하는 그 정치적 주장에는, 그 우리 밖에 있는 사람들을 비하하고 경멸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 우리 안에 들기를 바란다. 그래서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친구들에 의해서 받는 압박감(peer pressure)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일본에서의 이지메나 한국에서의 왕따는 그 우리 안에 들지 않은 사람에 대한 집단적 괴롭힘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은 그 우리에서 따돌림 당하지 않기 위하여 재빠르게 우리를 형성하려고 한다. 몇몇 사람이 재빠르게 모여 우리를 형성하면서 하나의 규범을 정하고 그 규범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방인으로 취급하며 그 기득권적 우리를 지켜나가는 악한 습성이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런 집단 따돌림의 방식으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해 나가는지도 모른다.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 유대인들도 그랬다. 그들은 성경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성경을 오랜 세월을 거쳐 해석해온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그 전통은 성경과 같은 권위를 가진 것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당시 유대인들은 두 개의 성경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는데, 하나는 쓰여진 성경(=현재 우리가 구약이라 부르는 성경)이었고, 다른 하나는 구전으로 전해오는 성경(=그 성경의 해석들의 모음)이었다. 그리고 그 구전성경을 따르지 않는 자들을 이단자 취급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시의 사람들을 왕따를 일삼는 어린아이들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 세대를 무엇으로 비유할까? 비유하건대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제 동무를 불러 이르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슬피 울어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 요한이 와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아니하매 그들이 말하기를 귀신이 들렸다 하더니, 인자는 와서 먹고 마시매 말하기를 보라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요 세리와 죄인의 친구로다 하는구나?"(마태복음 11:16-19)

영국의 문필가인 C.S. Lewis "천국은 지옥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고 말했다.1) 성경에 나오는 표현은 아니지만, 어쩌면 성경의 가르침을 반영한 의미심장한 말이다. 우리가 천국에 가면, 나와 똑같은 사람들만 와 있을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거기에는 유대인뿐만 아니라 이방인도 있을 것이며,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있을 것이고, 보수적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그 영광을 드러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었다. 이것은 그 모든 차이점들을 없애버리고 획일화시키셨다는 말이 아니라, 그 모든 차이점들이 있음에도 하나가 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에베소서에서 이렇게 권고한다.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고,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몸이 하나요, 성령도 한 분이시니, 이와 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받았느니라. 주도 한 분이시요, 믿음도 하나요, 세례도 하나요, 하나님도 한 분이시니 곧 만유의 아버지시라. 만유 위에 계시고 만유를 통일하시고 만유 가운데 계시도다"(에베소서 4:2-6).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서 지키라"는 권고는 우리의 차이점들을 모두 없애라는 말이 아니라, 그 모든 차이점들을 서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면서" 하나가 되라는 의미이다.

이 세상에 나무는 오직 소나무만 있다면, 그 아름다움은 한 없이 작아질 것이다. 소나무의 그 아름다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소나무뿐만 아니라 떡갈나무도 있고, 포도나무도 있고, 밤나무, 사과나무, 대나무, 다양한 열대식물들이 모여 이 세상은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나마 비추고 있는 것이다. 장미꽃이야 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지만, 이 세상에 장미꽃만 있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나팔꽃도 있고, 백합도 있고, 수선화와 바이올렛이 어울러져 하나님의 풍성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교회 내에서 나와 다른 모습의 신앙생활을 하는 것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손을 들고 기도를 하든, 조용히 눈을 감고 엎드려 기도하든, 울부짖으며 기도하든, 어떤 방식으로 기도를 하든, 그 모습 때문에 내 마음이 꺼림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님 나라의 그 다양한 풍성함이 지금 교회 내에서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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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S. 루이스, [개인기도: 말콤에게 보내는 편지] (서울: 홍성사, 2007), p.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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