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챨리 메뉴얼의 신뢰

이국진 2010.10.20 05:43 조회 수 : 1515

요즘 야구 보는 재미가 그만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금년 정규 시즌 중반에 헤메이더니, 종반에 괴력을 발휘하여 내셔널 리그 1위로 포스트시즌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작년 월드 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게 힘도 별로 써보지 못하고 패했는데, 금년에는 작년의 패배를 보기 좋게 설욕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을까?아마 불가능할 것 같다. 월드 시리즈에 양키스보다 텍사스 레인저스가 올라오게 될테니까. ㅎㅎㅎ. 필리스의 선전에 기쁜 것을 보니, 이젠 내가 진정으로 필라델피아 사람이 되었나 보다.

 

야 구를 보면서 답답할 때는 선수들이 헛 망망이를 휘두를 때다. 작년 월드 시리즈에서 라이언 하워드를 비롯하여 기둥과 같은 선수들이 헛방을 치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답답할 수 없었다. 이번 여름에도 필리스 선수들은 허공에 방망이를 휘둘러댔다. 콜 하멜스 같은 훌륭한 투수가 엄청난 제구력으로 공을 던져도 타력이 받쳐주지 않으니, 경기가 플릴 리 만무했다. 경기를 관람하는 내가 그렇게 답답한데, 팀을 이끌어가는 챨리 메뉴얼의 마음은 얼마나 더 답답했을까?

 

그런데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챨리 메뉴얼의 선수 기용이다. 타격 감각이 떨어질대로 떨어져버린 라이언 하워드를 경기에서 제외시키는 조치를 하기는 커녕, 계속해서 4번 타자 자리를 지키게 한 것이다. 부상에서 돌아온 하워드가 스트라이크 아웃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을 때에도, 챨리 메뉴얼은 하워드를 계속해서 4번 타자에 기용했다. 하워드 뿐만 아니다. 부상에서 돌아와 타격 감각이 아직 살아나지 않은 지미 롤린스도 계속해서 선수로 기용했다. 포스트 시즌에 들어선 지미 롤린스의 타율은 0할 6푼 3리였던가?

 

그 런데 안터질 것 같았던 지미 롤린스의 타격은 2루타로 3점을 뽑아내고, 하워드도 종종 안타를 쳐내는 것을 보면서, 챨리 메뉴얼이 옳았음을 깨닫게 된다. 챨리 메뉴얼의 선수들에 대한 신뢰 속에서 선수들은 자신들의 기량을 회복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라고 한다. 조그마한 잘못에도 가차 없이 찍어 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래 참고 기다리면서 품어주는 것이 사랑이다.

 

누가복음 13장에 보면 어느 농부가 포도나무 밭에 무화과 나무를 심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 포도원 주인은 무화과 열매를 기다렸다. 하지만 열매를 맺지 않았다. 3년 동안 기다려 보았으나, 열매를 맺지 못하자 그 나무를 찍어 버리려고 할 때, 농부가 주인에게 말했다. 한 해만 더 참아 달라고. 그때에도 열매를 맺지 않으면 그 때 찍어버리라고.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미 롤린스처럼, 라이언 하워드 처럼 회복할 수 있기나 할까? 챨리 메뉴얼은 롤린스나 하워드에 대해서는 신뢰하고 기다려주었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선수들은 가차 없이 트레이드 시켜버렸다. 어쩌면 우리는 방출되어도 할 말 없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가망성 없는 우리를 위해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어 주시며,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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