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성경연구소

눈을 들어 눈을 보라

최유선 2010.01.10 08:41 조회 수 : 9200

큰아이가 겨울방학을 일찍 끝내고 다시 캠퍼스로 돌아가는 일이 태산같은 걱정으로 다가옵니다.


차로 이동하기에는 지겨운 장거리 운전이라 비행기로 혼자 집에 다녀가길 원했지만 이것저것 큰짐들이
있어 이번에는 큰맘먹고 데려다 주기로 했습니다.


집에 홀로 남겨져 학교 다녀야 할 작은아이가  맘에 걸려 최소한의 일정으로 다녀오려 하였지만, 장거리 운전의 돌발사건들이 결국 우리의 발목을 잡고 말았습니다.


펜실베니아를 벗어날때쯤 뿌려지기 시작한 눈송이들이 결국 인디애나에 도착해서는 하룻밤만에 온세상이 눈으로 뒤덥혀 기숙사에 갇힌 신세가 되었습니다.


금요예배와 주일예배의 부담을 안고 속히 이런저런 일처리를 해주고 떠나려 하는 급한 심정조차 속수무책으로 눈속에 파뭍혀 버립니다.


부지런한 날다람쥐 한마리가  소복히 눈쌓인 나뭇가지들을 건너다니며 눈을 떨어뜨리는 움직임을 만들어 낼뿐, 거대한 하얀세상은 엄청난 눈의 무게에 미동조차 할수없는 정지된 세상입니다.


그 눈속을 헤치고 나가 매서운 칼바람과 싸우며 파킹장을 향해 무릎까지 푹푹 빠져가며  눈속을 걸어가는 남편의 등에는  '부모의 책임감' 과' 아빠의 사랑' 이라고 써진것만 같습니다.


대한의 건아답게 눈구덩이 속의 차를 건져내어 겨우 기숙사 현관앞에 가져다 놓는 일만 한나절이 걸렸습니다.


'징글징글' 이란 단어가 이렇게 딱 맞아떨어지는 현장에 서있다 보니 묘한 흥분감마저 듭니다.


눈폭탄을 맞은듯한 도시는 돌아오는 길에 여러가지 구경거리들을 만들어 줍니다.


집채만한 트럭들이 머리와 몸통이 뒤틀려 나뒹굴고, 3중,4중 충돌의 흔적으로 마치 장난감 자동차 놀이를 한후 치우지 않은것 같은

 장면들, 그로인해 끝도없이 늘어서 있는 고속도로 정체행렬, 지겨운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위험천만한 중앙분리 잔디웅덩이에 뛰어들어 유턴을 감행합니다.


급한 마음에 결국 우리도 진땀나는 눈웅덩이 운전묘기를 선보이며 고속도로를 탈출하여 로컬길로 들어섭니다.


미스 네비게이션의 낭랑한 목소리에만 의존하여 차선도 안보이는 길을 더듬거리며 하루종일을 운전하는 일은 공포감마저 들게합니다.


운전대가 마치 생명줄인양 꼭 움켜쥐고 있는 남편의 손에 땀이 흥건합니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타면서 눈과의 사투를 벌이며 힘들게 힘들게....


결국....
우리들의 입에서 불평이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학교를 너무 멀게 보낸게 잘못이었군..."


"왜 이동네는 이렇게 눈도 못치우는 거야?"


"트럭바퀴는 왜 이렇게 커서 옆차에 눈을 뿌리고 난리야 "


"트럭들은 또 왜 이렇게 많은거야? 따로 차선을 만들던지 해야지 원....완전 민폐구먼 "


"이제 흰색만 봐도 지긋지긋해..."


"눈이 부셔서 인상을 계속 쓰고 있으니 주름살 엄청 생기겠네 "


"도대체 몇시간째야? 허리아퍼 죽겠네..."


"자식이 왠수구먼..."


. . . . . . . . . .
아픈 허리때문에 신경질적으로 의자를 뒤로 획 제껴 외투를 뒤집어 쓰고 누워버립니다.


깜깜한 시야덕분에 자연스레 불평의 나발이 잠잠해지고  기도하는 분위기에 젖어 성령의 음성을 들어봅니다.

 

'좋은학교 되었다고 감사하지 않았더냐?'


오랜시간 부부간에 드라이브 좋지 아니하냐?'


'이런 대자연의 특별한 경험이 소중하지 아니하냐?'


'부모이기에 자식을 위해 이런 경험도 겪어낼수 있음 아니더냐?'


'내가 만든 작품이란다. 이런 절경을 보고도 불평이 나오느냐?'

세미한 성령의 음성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뒤집어 썼던 외투를 던져버리고 창문밖으로 눈을 돌려봅니다.


오~ 주여 !


그순간 우리는 시베리아 대평원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설원의 장관은 우리부부를 순식간에 영화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줍니다.


나무가지에 눈꽃들이 수도없이 피어있고, 쭉쭉 뻣은 거목들은 눈부시게 하얀 갑옷을 입고
눈의 나라의 파수병이 되어 웅장하게 서있습니다.


내눈앞에 펼쳐지는 눈의 병풍들은 세상의 지저분하고 더러운 모든 죄악들마저 하얗게 덮어버리고
하얀색 하나만으로도 하나님의 영광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눈파도를 만들어내며 도로위의 눈을 치우는 눈차의 움직임 마저도 마치 파도타기 하는 바다의 왕자처럼 보여집니다.


지겹도록 길게만 느껴졌던 눈길이 이제는 나만 혼자 보는 것이 아까운 작품의 연속입니다.


카메라가 없어 핸드폰으로 절경을 담아보려 하지만 사진찍는 순간조차 지나쳐가는 작품들이 아쉬워 집니다.


주님...


참 좋으신 하나님...


지금 내가 가는 길이 길고도 지겨운 고난의 길이 아님을 가르쳐 주십니다.


눈을 들어 산을보며 그분이 주시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주님은 어떤 모양으로도 나를 사랑하고 계셨습니다.


내가 걸어가는 모든길에 주님이 함께 하시고 내가 힘들어 할때마다 눈을 돌려 주님을 바라보며 웃기를 기다리고 계신주님.


기대한것 보다 더 큰 은혜로 팔벌려 기다리고 계시는 주님.


그런 주님을 눈의 나라에서 만나고 돌아오는 기분좋은 여행이었습니다.

01-08-10_1003.jpg 01-08-10_1005.jpg 01-08-10_1007.jpg 01-08-10_1009.jpg
 

Copyright (c) 웨스트민스터 성경연구소 All Right Reserved. Powered by XE
Designed by Elkha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