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광주.전남협의회” 이름으로 발표한 “WEA(세계복음주의연맹)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성명서 제2항은 “WEA는 신앙과 행위에 있어서 이중적인 행동을 하고 있기에 반대한다”고 천명한다. 앞으로는 성경적인 신앙고백을 하고 있지만, “뒤로는 WCC 및 로마 가톨릭과 교제하고 협력을 추구하는 바리새인적이며 이중적인 행태를 하고 있다”고 비방한다. 이러한 비방이 나온 것은 전적으로 <다종교 세계에서의 기독교 증거>라는 문서를 로마 가톨릭과 WCC와 합의하여 문서를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제4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문서는 종교통합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WCC나 로마 가톨릭에 동의하는 내용이 아니라, 서로가 선교를 함에 있어서 악한 방법을 사용하지 말자는 일종의 신사협정적 성격이다. 신사협정은 같은 편끼리 맺는 것이라기보다는 적들과 맺는 것이다. 전쟁을 하더라도 비인간적인 전투행위를 하지 말자는 신사협정을 적국과 하는 것은 적과 내통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잔인한 방법의 전쟁을 통해 서로 피해를 입지 말자는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로마 가톨릭교회가 복음적이지 못하고 성경에서부터 멀리 떠나 있기 때문에 할 수만 있으면 로마 가톨릭 교도들에게 참된 복음을 전하여 참된 기독교로 개종시키기를 소망하는 토머스 쉬르마허 박사1가 로마 가톨릭교회와 이러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칭찬을 받아야 할 일이지,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다. WEA에 대한 비난은 적과 휴전협정을 맺는 장수를 비난하는 척화파의 행태와 비슷할 뿐이다.
+
+
또한 WEA가 WCC나 로마 가톨릭과 협력을 추구한다는 비난은 WEA가 GCF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상복 목사는 2008년에 WEA 의장으로 선출된 바 있는데, <크리스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GCF를 소개한 바 있다. 이때 이 단체를 “기독교계의 3대 국제기구인 WEA와 WCC, 그리고 가톨릭까지 일치돼서 기독교의 전통과 복음을 전하려는” 목적을 가진 “새로운 교회 일치운동”이라고 소개했다.2 그러면서 “부차적인 것은 배제하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신성과 완전한 인성을 믿는다’는 두 가지 대전제에 동의한다면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한 것이다.2 이 점은 쉬르마허 박사가 WCC 부산총회에서 인사말을 하면서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래서 “WEA, WCC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직면하게 되었다.3 이러한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한 기독신문의 보도는 교단 내의 목회자들로 하여금 WEA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정말 WEA가 WCC를 닮아가고 있는가?
토머스 쉬르마허와 토머스 존슨(Thomas K. Johnson)은 가톨릭과의 대화는 복음주의 신학을 포기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4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신학을 견지한다고 하지만, 결국 미래에는 결국 WEA도 WCC가 갔던 길을 가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우려가 있을 수 있다.5 하지만 미래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말 하나님의 마음에 합했던 다윗도 죄를 범하는 잘못을 범했다. 지혜를 구한 정말 좋은 왕이었던 솔로몬도 나중엔 이방 공주들과 혼인을 하면서 하나님의 길에서 떠났다. 이 세상에 그 어느 누구도 그 어떤 단체도 미래에는 좋지 않은 길을 갈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전적으로 타락한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면 된다(마 6:34). WEA가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한국 교회의 역할이 WEA안에 필요한 것이고,6 만일 변질된다면 그때 교류를 단절해도 된다. 우리는 관심법을 사용하는 궁예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바울 사도도 탄력적으로 대응했다. 그는 데마가 어차피 바울을 떠날 것을 몰랐기에(딤후 4:10), 처음부터 그를 사역에서 배제하지는 않았다. 중간에 여러 가지 이유로 마가와 동행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사실(행 15:37-40)을 몰랐기에 마가와 사역을 시작하였다. 우리는 내일 일을 모른다(약 4:14). 연합단체인 한기총에 함께 하느냐의 문제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단을 옹호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면, 한기총과는 함께 갈 수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한기총에서 함께 사역하면서 유익을 얻을 수도 있다.7 이와 비슷한 관점이 WEA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우려할 만한 것이 WEA에 없다. 오히려 WEA의 신앙고백은 정통신학 위에 분명하게 서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WEA가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회원 교단에 주어진 사명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질된다면 그때 결별하면 된다.
현재 총회가 한국교회총연합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그 안에 우리 교단이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알미니안 신학을 신봉하는 감리교회와 성결교회가 회원으로 있다. 그렇다면, 총회는 칼빈주의 예정론을 포기하고 한국교회총연합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총회는 앞으로는 성경적인 신앙고백을 하고 있지만 뒤로는 알미니안주의자들과 교제하고 협력을 추구하는 바리새인적이며 이중적인 행태를 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한국교회총연합에는 WCC 참여 교단인 통합이나 감리교회가 회원으로 있다. 그렇다면, 총회는 정통신학을 포기하고, 종교다원주의와 종교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WCC 회원 교단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교회총연합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총회는 앞으로는 성경적인 신앙고백을 하고 있지만 뒤로는 WCC와 교제하고 협력을 추구하는 바리새인적이며 이중적인 행태를 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한국교회총연합에 참여는 교단의 신학을 포기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WEA가 GCF에 참여하는 것이나, 총회가 한교연에 참여하는 것이 결국 종교통합 종교다원주의 WCC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비방할 것이 아니다.
WEA의 쉬르마허 박사가 제10차 WCC 부산총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WEA와 WCC가 신학적으로 서로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는 같은 곳을 보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8 그 말은 WCC처럼 종교다원주의를 받아들인다는 말이 아니다. 그 점은 신학적 차이가 있다고 한 표현에 들어있다. 그 말이 나온 맥락은 각 나라에서 종교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종교의 자유를 증진하는 일에 있어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이지 모든 신학을 같이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광신대학교 신학과 교수일동이 쓴 보고서에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했는데,9 그 대답은 이미 기독일보 기사 속에 들어 있다. 그런데, 그 말의 의미를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고도 구원받고 천국 갈 수 있다”는 WCC의 신학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의심하였다.9 이것은 논리적 비약일 뿐이다. 쉬르마허 박사의 발언이 종교의 자유를 위해 일하는 데 같이 협력한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을 외면하고, 신학도 포기하면서까지 협력하려는 것이라고 근거 없이 비난한 것이다. WEA에서는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구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신앙고백을 통해, 그리고 참여하는 교회들의 신학 속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 그러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 WEA의 전 신학 위원장이었던 롤프 힐레(Rolf Hille) 박사가 WEA가 WCC의 신앙고백을 수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발언한 것도10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
이전 글 읽기 – 4. WEA는 종교 혼합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가?
다음 글 읽기 – 6. WEA는 비성경적인 것을 전혀 문제 삼지 않는가?
+
215 total views, 1 views today
--[註]---------------------------- “WEA 신학 위원장의 답변서”『제104회 총회 보고서』(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2019), 532-533.[↩]
- 류재광, “WCC·가톨릭과 연대해 반기독교 대처” <크리스천투데이> (2008.11.7.)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197050 [2021.3.17. 접속][↩][↩]
- 박민균, “WEA, WCC 닮아가고 있다” <기독신문> (2017.8.14.) http://www.kidok.com/news/articleView.html?idxno=104721 [2021.3.17. 접속]. 이런 자극적인 제목은 문병호 교수의 보고서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문병호 교수는 그런 주장만 할 뿐 전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문병호, “문병호(총신대 교수) 전문위원의 보고” 『제102회 총회 보고서』(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2017), 974-975.[↩]
- Thomas Schirrmacher and Thomas K. Johnson, “The World Evangelical Alliance and Roman Catholic Leaders,” ERT 42:1 (2018): 65-68.[↩]
- 박용규, “ICCC, WCC, 그리고 WEF/WEA(세계복음주의연맹)의 역사적 평가” <신학지남> 85(2018), 258-259; 라영환, “세계복음주의연맹의 신학적 입장에 관한 연구” <신학지남> 86(2019), 150-161.[↩]
- Bong-Rin Ro, “The Korean Church and WCC, WEA, & Lausanne Movements (Part 3),” Great Commission News (Fall 2013): 2; 칼빈대학교 WEA 연구위원회, “개혁주의 입장에서 본 WEA와의 교류, 어떻게 할 것인가?” (WEA 연구 위원회, 2021), “III.4 현시점에서의 제언: 단계적 행보 필요” 참조.[↩]
- 정형권, “한기총 포함 광폭 연합운동 전개한다” <기독신문> (2020.11.19.) http://www.kidok.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003 [2021.3.17. 접속][↩]
- 장세규, “WEA “WCC와 신학적 차이에도 종교자유 위해 협력” <기독일보> (2013.11.5.) https://www.christiandaily.co.kr/news/18447 [2021.3.17. 접속][↩]
- 광신대학교 신학과 교수 일동,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본 ‘WEA와 교류, 어떻게 할 것인가?’” (WEA 연구 위원회, 2021), 제5장.[↩][↩]
- 백상현, “대담/ 롤프 힐레 WEA 에큐메니컬 위원장과 박성원 WCC 중앙위원” <국민일보> (2011.10.5.)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5422579&code=61221111 [2021.3.17. 접속][↩]